8월 기고에서 적은 바와 같이 내 전문분야는 지역화폐인데,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역화폐의 일부 실험적인 사례로 감가하는 화폐가 있다. 이번 기고에서는 감가하는 화폐를 소개한 후 보완화폐 만이 아니라 한국경제를 향한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감가하는 화폐는 독일인 실업가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 1862~1930)이 제안한 제도이다. 지금은 벨기에령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독일령이었던 장크트피트(Sankt Vith)에서 9남매 중 일곱 번째 아이로 태어난 실비오는 스물네 살에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해 바다를 건너 먼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하여 무역상으로 성공을 거둔다.
▲ 실비오 게젤(출처: 위키피디아)
당시 세계는 금본위제가 주류였으나 경제성장에 따라 통화 수요가 높아지고 금의 생산·유통량은 그만큼 늘지 않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일이 많았다. 한편 금본위제를 멈추고 불환지폐(역주: 금과 태환이 불가능한 지폐)를 도입하면 통화가 과잉 발생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경제가 혼란스러워졌다. 아르헨티나에서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을 둘 다 경험하고 극복했던 게젤은 통화정책 실패로 인한 실물경제의 침체를 피하고자 사업을 가족에게 맡기고 유럽으로 돌아와 책에 파묻혀 연구생활에 몰입, 1916년에 대표작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독일어 원제, Die Natürliche Wirtscaftsordnung, 한국에서는 '공짜땅 공짜돈'으로 출간)를 발간했다. (내용은 뒤에 설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