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팝리니지에 충격적인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포탈 탔다가 다른 세계에 떨어졌습니다. 여긴 어디죠…?”
이 글은 곧 수많은 유저들의 호기심과 공포를 자극했고, 그날 하루 리니지 전체가 진짜 ‘다른 세계’에 빨려 들어갔다.
사건의 시작은 기란 마을 북쪽 던전의 한 포탈이었다. 평소처럼 몬스터를 사냥하던 유저 ‘이호크’는 전리품을 정리하려다 우연히 포탈 근처의 이상한 그림자에 접근했고, 갑작스럽게 화면이 멈춘 후 낯선 맵으로 이동되었다. 문제는 그 맵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는 것.
그곳은 지형이 뒤틀려 있었고, 땅 위에 공중에 떠 있는 오브젝트들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적으로 설정되지 않은 몬스터들이 말을 걸었다. 어떤 몬스터는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또 어떤 몬스터는 플레이어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었다.
이호크는 이 상황을 스크린샷으로 찍어 팝리니지에 올렸고, 순식간에 ‘버그월드’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른 유저들도 해당 포탈을 따라 들어가 보기 시작했고, 12명이 같은 공간에 갇히게 되었다. 심지어 일부 유저는 거기서 레어 아이템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리니지 전체에 퍼지며, 버그월드에 진입하려는 모험가들이 포탈 주변에 몰려들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안에서 나올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호크를 포함한 몇몇 유저들은 귀환 주문서를 사용해도 마을로 돌아오지 못했고, 접속을 끊어도 동일 위치에 다시 접속되는 ‘무한 루프’에 빠져버렸다. 팝리니지에는 곧 “이거 진짜 탈출 못하면 어쩌냐”, “여기 분위기 소름임. NPC가 날 쳐다봐…” 같은 글이 하루 종일 올라왔다.
유저들은 버그월드를 마치 호러 영화의 배경처럼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건 개발 중 버려진 테스트 맵이다”, “숨겨진 스토리가 있는 맵이다” 등 수많은 루머가 돌았고, 어떤 유저는 그 맵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찾아 정리한 가이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는 팝리니지에서 추천 1500 이상을 기록하며 전설적인 글로 남게 되었다.
결국 3일 뒤, 엔씨소프트는 서버 점검을 통해 버그월드를 제거하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유저들을 전부 마을로 귀환시켰다. 그리고 해당 포탈은 아예 폐쇄되었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 버그월드 사건을 단순한 오류로 보지 않았다.
“그건 다른 리니지였다. 거기선 룰도, 몬스터도, 현실도 달랐다.”
이 말은 팝리니지의 상징적인 인용구로 남게 된다.
그 이후로도 종종 “버그월드 아직 남아 있는 거 아니냐?”, “가끔 기란 북쪽 포탈 근처 가면 소름 돋는다”는 식의 괴담성 이야기들이 팝리니지에 올라오곤 한다. 어떤 유저는 매년 3월 18일이 되면 “버그월드 기념일”이라며 기란 북쪽에 촛불을 밝히기도 한다.
2000년 3월, 단순한 포탈 하나에서 시작된 ‘버그월드 사건’은 유저들에게 공포와 전율, 그리고 상상력을 동시에 안겨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은 지금도 팝리니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