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그만큼 쓸모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나로 인하여 뭔가 유용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큰 기쁨 중의 하나이다. 세상에 가장 슬프고도 비극적인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꼈을 때 일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로부터 나의 손길을 청함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이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세상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은 기분 좋게 생각하고 그로 인해 어깨를 으쓱대지만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이, 자녀들이, 부모님들이 그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오히려 귀찮게 여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다가 정작 그 가족 구성원들이 정작 자신을 필요없는 존재로 여기면 그때는 인생을 비관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 역시 자주 볼 수 있다. 정작 필요할 때는 멀리하고, 그 사람의 원대로 필요를 요구하지 않으면 섭섭함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의 어떤 생각이나 행동, 사랑 등에 대해 필요를 느껴서 도와 달라고 했을 때, 나누어 달라고 했을 때, 내가 다가가서 그 필요한 뭔가를 채워준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행복이란 대단한 뭔가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채움으로부터 비롯된다. 사랑 역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조그마한 마음 씀씀이로 인해 멀리 멀리 전염되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에게 뭔가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행복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뭔가를 해 준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것이 바로 천사의 손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내가 나의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할 때 사랑을 듬뿍 담아 스킨십(Skin Ship)을 하게 된다면 그 순간 남편의 따스한 보살핌이 바로 천사의 손길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아빠의 부드러운 격려의 말을 필요로 할 때, 아빠가 그 아이의 소망대로 따스한 말을 던져 주었을 때 그 순간이 바로 천사의 손길을 자녀에게 준 것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은 참으로 많은 천사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단지 나의 가족 뿐만이 아니라 창 밖, 나라 밖에도 그러한 손길들의 엄청난 갈망이 있다. 물론 우리 가정의 손길들부터 챙겨 주어야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눈을 들어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러한 곳을 바라 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하나님은 바로 사람들을 통해서 역사하신다. 내가 천사의 손길이 될 때 나는 지금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러한 도구가 될 때 나는 하나님께 사로잡힌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는 이루어진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마음의 눈을 떠야만 한다. 눈을 들어 내 가족을 돌아 보고,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을 쳐다 볼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자신의 손을 들여다 보면서 이 손을 어떻게 쓰기를 바라시는지 그 뜻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도하라.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받아 주소서. 나의 부족하지만 자그마한 이 손을 하나님의 손으로 써 주시옵소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을 내어 드려야 그때부터 하나님은 역사하시기 시작한다. 잊지 말라. 나의 따스한 이 손이 바로 천사의 손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추부길 목사 (웰빙교회 담임,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