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세계 가정의 해를 기념하여 정무제2장관실 주최로 평등부부상을 시상했다. 수상자로 뽑힌 부부의 공통점은 집안 일과 자녀 양육을 포함해 대부분의 활동에서 한결같이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이들이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더 특별한 이유는 아마도 남녀의 구분된 성역할이 강조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중년세대라는 점이라고 본다.
20~30대의 신세대 부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남편이 '가능하면 도와주는 것이 옳다', '집안일 할 용의가 있다'며 집안 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는 집안 일을 거의 아내가 전담하거나 대부분을 떠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위 '생각 따로, 몸 따로'식의 사고방식 때문에, 맞벌이 주부가 가장 큰 고민으로 육아와 집안 일을 토로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이제 맞벌이는 더 이상 특이한 가족의 모습이 아니며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또한 굳이 맞벌이 가족이 아니라 할지라도 아내와 아이들은 더 이상 남편과 아빠를 하숙생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을 힘겨워 한다. 과연 아이들은 미술시간에 '잠자는 우리 아빠', '소파에 길게 누워 텔레비전만 보는 우리 아빠'를 그리면서 아빠의 그런 모습 뒤에 숨어 있는 피곤함의 진실을 이해할까? 일주일에 3일은 꼭 참석해야만 하는 모임 때문에 늦고, 이틀은 어쩔 수 없이 늦는다는 남편의 변명 아닌 변명을 들으면서 언제까지 아내는 행복할 수 있을까?
술에 취하고, 일에 쫓기는 남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술 마시고 싶어서 마시냐?", "늦게까지 회사에 있고 싶어서 있냐?", "모두 다 가족의 더 나은 행복을 위해서야"라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가족의 더 나은 행복을 위해서 가족 밖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남자는 무엇이 중요한 선택인가를 생각해야만 하는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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